특이한 중고 컴퓨터

🖥️

^[각주:1]

컴퓨터를 받았다.

 

연구실에서 2008년 11월에 구입한 LG 컴퓨터 본체를 기자재 담당 선생님으로 부터 하나 줏어와 쓰고 있었다. 지금은 만들지 않는 무거운 B10 LG 케이스, 부팅할 때 삑↘..삑↗ 비프음이 나는 지금은 볼 수 없는 nForce 보드, 그리고 이제는 보안 패치가 지원되지 않는 E8400, 하지만 의외로 하드디스크가 2개나 장착되어 있는 컴퓨터였다. 

내가 사용하던 B10 모델에 들어가는 케이스

출처: openpinoy.com/shop/step1.php?number=6839

윈도우10이 7보다 가볍다는 말에 윈도우10을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E8400에 윈도우10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역시 윈도우7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윈도우10에 아무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상관이 없을 것 같긴 한데, 필수로 깔아야 하는 프로그램들 덕분에 날이 가면 갈수록 버거워 지는 것이 체감 되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 다른 연구실에 계신 연구원 2분들이 연구실 구석에 쌓여있던 컴퓨터 본체 2대를 버리러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왜 버리냐고 물어 봤는데, 오래되서 안쓰는 본체라서 버리러 간다는 말을 들었다. 비록 요즘 나오는 컴퓨터 본체들에 비해서 확실히 먼지가 쌓이고 낡아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혹시 내가 쓸 수 있는지 한 번 물어보았다.

그 분들은 이건 오래되서 쓰기 힘들탠데 라는 말을 하셨고 나는 10년된 컴퓨터 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라는 식의 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나에게 컴퓨터 본체를 한 번 살펴보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본체 옆 패널을 열자 먼지가 수북히 쌓여진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받은 컴퓨터 케이스 3R시스템의 R-3 실제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출처: 3rsys.com

한 본체는 40GB 하드디스크에 DDR1 램이 장착 되어 있는등 확실히 엄청 낡아서 쓰기 힘들 정도인 사양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한 본체는 500GB 하드디스크에 H81 하스웰 보드, DDR3 램이 장착 되어 있었다. 나름 괜찮네? 라는 생각에 메인 보드를 좀 더 살펴보니 보급형 라인인 H81 중에서도 화면 출력 포트가 D-SUB 하나 밖에 없는 저렴 중의 가장 저렴한 사양을 가진 보드였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DVI를 지원하는 외장 그래픽이 장착되어 있어서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보급 형 중의 보급형 이어도 지금 쓰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지금 가지고 있는건 윈도우 비스타 시절 나온 컴퓨터고, 이건 윈도우 8 시절의 컴퓨터인데...' 라는 생각에 연구원 분들에게 두 번째 컴퓨터를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흔쾌히 허락 해주셨다. 대신 본체의 하드디스크는 못 준다고 하셔서 하드디스크는 자기 연구실로 가져다 달라고 하셨다.

파워가 좀 특이하다

이제 좀 쓸만한 컴퓨터로 뭐 좀 해보겠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밥먹으러 가는 길에 밥을 마다하고, 드라이버를 구해서 하드디스크를 때어다 드렸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컴퓨터 본체의 하드디스크를 옮겨도 되는지 기존 컴퓨터 담당자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고 예전 본체에서 사용하지 않는 하드디스크를 때어서 이번에 얻게된 본체로 옮겼다.

그런데 뭔가 특이한 점이 보인다. 우선 외장 그래픽 카드가 지포스 550Ti 였는데, PCI-E 외부 전원 포트가 없다. 이건 뭐... LP형 그래픽 카드일 수도 있으니까... 그럴 수 있다 치고 넘어갔다. 그런데 더 특이한 것이 보였다. 바로 W600W 라는 본체에 장착된 파워였다.

모델 명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고 파워에 붙어 있는 스티커에 적혀 있듯이, 최대 600W 파워인 것 같은데, PCI-E 외부 전원 핀이 없다. 일반 컴퓨터가 비싼 외장 그래픽 카드 없이 600W를 다 쓸 일이 있나?

직접 찍은 파워 사진

어쨋든 애초에 컴퓨터가 좋을 것이라 기대 하면서 받은 것도 아니고,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감지 덕지여서 그렇게 불만은 없었다. 다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파워가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이 있어서 좀 불안했다. 파워를 교체 해야하나 싶기도 한데, 뭐... 평소에 백업이나 잘 해놓자 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갔다.

부팅

드디어 UEFI 부팅을 사용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메인보드 설정 창으로 들어갔다. CPU를 봤는데, 생각외로 CPU는 i3로 나름 괜찮았다. 셀러론이나 팬티엄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i3가 여기에... 그런데 CPU의 온도가 심상치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메인보드 설정창에 들어온지 3분도 안지났고, 케이스 옆면도 개방해놨는데 CPU의 온도 센서가 벌써 85℃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는 형에게 이 현상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고 혹시 전압 문제가 아니냐는 말에 전압을 확인 해 봤는데, 전압에는 이상이 없었다. 인터넷을 더 찾아보니 윈도우 부팅이 아닐 때에는 CPU가 상시 최대 클럭으로 고정되어서 그렇다는 말과 메인보드 온도 센서가 잘못 측정 된다는 말이 있어서 우선 온도 문제도 패스하기로 했다.

 

UEFI 모드를 켜고, BIOS 호환 모드인 CSM 모드를 껐다.^[각주:2] 그런데 외장 그래픽 카드가 UEFI GOP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UEFI 모드로 부팅을 할 수 없다는 메세지가 나왔고, CSM를 켜지 않고서는 부팅을 할 수가 없었다.

 

Copyright (C) 2012 American Megatrends, Inc,

BIOS Date: 09/12/2013 22:44:14

H81M-VG4 UEFI P1.00

CPU: 

Total Memory:

 

The VBIOS of your discrete VGA card does not support UEFI GOP.

so it can not support "Ultra Fast Boot" and "CSM disable"

Press F1 to continue Boot Process

Press F2 or Del to enter into UEFI SETUP to Reconfigure Your Settings

내가 본 메세지

 

이 문제는 그래픽 카드 바이오스 수정해주면 되고, 수정도 어렵지는 않으니까 윈도우 설치를 다 하고 그래픽 카드 UEFI 모듈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CSM 모드를 켜고 윈도우10 설치를 마쳤다. 설치 시간은 이전 컴퓨터 보다 좀 더 빠르게 설치된 것 같았다.

CSM을 다시 켜줘야 했다.

그래픽 카드가 Fake 라니...

윈도우 설치를 모두 마치고 인터넷에서 그래픽 카드에 UEFI GOP를 추가하는 방법을 찾아 해보기로 했다. ^[각주:3]

 

[FAKE] 문구가 뜬 GPU-Z 사진

UEFI GOP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GPU-Z 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했는데, GPU-Z 프로그램을 실행 시키니, 왠 이상한 FAKE 문구가 떴다. 이게 무엇인가 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2018년도 10월 GPU-Z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되면서 가짜 그래픽 카드를 식별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말이 있었다.^[각주:4]

 

가짜 판별 방식은 그래픽 카드에 쓰여진 이름이 데이터 시트에 적혀진 칩셋 이름과 다르면 가짜라고 판정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각주:5] 처음에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그래픽 카드도 가짜인지 믿기 힘들었다. 분명 그래픽 카드에 KC 인증, 제품 시리얼 인증 스티커도 있는데 무슨 일인 것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FAKE 라는게 사실인 것 같다. 즉 옛날 구형 모델이 신형 상위 모델 처럼 속여져 팔렸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이를 리마킹이라고 하는데, 550Ti 뿐만 아니라 GT630등 여러 제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리마킹은 업체 수준에서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관련 기사: 가짜 그래픽카드 사태, 지포스 GTX 550 Ti, GT 610도 문제있다 - 3보 -
https://www.bodnara.co.kr/bbs/article.html?num=100582

인터넷에 GPU 칩셋 모델명인 GF108을 검색하니, 이 그래픽 카드는 사실 GT440였음을 알 수 있었고 성능도 550Ti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참... 별일이다.

혹여나 GPU-Z 최신 버전을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으로 칩셋 이름을 알아내고 GOP 바이오스를 씌우려고 했다면 GPU가 달라서 어쩌면 벽돌 상태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참 다행이다.

리마킹인걸 알고 나니, GOP 수정하다가 괜히 문제 생기는게 아니런지 라는 생각에 GOP 바이오스를 씌우기 싫어졌다. 나중에 그냥 더 좋은 그래픽 카드로 바꾸고 실험해야지... 아니면 내장 그래픽으로 시험 해보던가...

여담

윈도우 설치 후 CPU 온도를 확인해 봤다. 간단한 웹서핑 시에는 온도가 보통 50 ~ 60℃였다. 75℃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온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잠깐 심즈4를 한 번 켜서 해봤다. 온도는 보통 60도에 머물러 있었지만, CPU 점유율이 50%가 높은 경우에는 온도가 정말 급격히 증가했다. 90℃ 까지 온도가 올라간걸로 봐서는 써멀 구리스라도 한번 사서 발라봐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참...

 

Open Hardware Monitor로 본 온도

최고 온도 값이 99도를 찍었다

노트북으로 윈도우 설치시에는 설치 과정에 Hello, Cortana 가 갑자기 툭 튀어 나와서 놀랐는데, 이번 데스크탑 설치시에는 전과 같은 USB로 설치해도 Cortana가 나오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또, 설치 중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등록하면, PIN을 무조건 설정해야 했다. 나는 PIN을 쓰기 싫어서 로컬 계정으로 다시 등록하려 했는데, 한 번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등록하면 설치 중에는 계정 등록 취소 버튼이 없어서 로컬 계정 설정을 할 수 없었다. 왜 PIN 설정을 강제한걸까?

 

여담2

PC방에서 똑같은 모니터, 그래픽 카드, DVI 단자를 사용하는데 어떤 곳은 60Hz, 또 어떤 곳은 144Hz가 지원이 되는 등 자리마다 차이가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DVI 포트와 케이블은 싱글링크, 듀얼링크로 구분이 되어 있었는데, 듀얼링크 에서만 1080P 144Hz가 된다고 한다. 144Hz가 되는 자리는 듀얼링크 케이블을 사용하고, 안되는 자리는 싱글링크 케이블을 사용해서 그런게 아닐까?

1. 데스크탑 emoji 윈도우 10 미만에서는 깨져 보일 수 있다. [본문으로]
2. CSM: compatibility support module, 호환성 지원 모듈로서, CSM 모드를 끄면 호환성을 포기하는 대신에, 부팅 속도 향상(Fast Boot), Secure Boot 등 UEF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SM 모드가 켜져 있으면 이러한 기능 사용에 제약이 걸린다. [본문으로]
3. 사실 CSM 모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나에게 없었다. 딱히 불편한 것도 없고, 부팅 속도도 뭐 그럭 저럭 만족했다. 단지 UEFI Fast Boot를 사용하기 전과 후의 부팅 속도 차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해보고 싶었다. [본문으로]
4. https://www.extremetech.com/gaming/278969-gpu-z-adds-fake-gpu-detection-capability-to-combat-counterfeiting [본문으로]
5. https://www.ghacks.net/2018/10/13/latest-gpu-z-detects-some-fake-nvidia-card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