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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울산대장정 9박 10일 일대기 (4) - 2일차
    Soliloquy 2018. 7. 11. 17:54


    9박 10일 일대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9박 10일간의 여정이 끝나고 쓰는 글.

    처음부터 시간 순서대로 쭈루루루루루룩 써지는 글.

    수필과 소설을 왔다갔다하는 글.

     

    기상


    집합 5분전
    - 옆사람이 전해드립니다.

     

    밖에서 들리는 누군가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기상 시간보다 20분은 더 일찍 깬 것 같다. 어제 바람막이를 덮어놓고 자서 그런지 그럭저럭 잘 일어난 것 같다. 어제 활동복이 마르기를 기대하면서 잤는데, 당연하듯이 거의 안말랐다. 축축하다. '괜찮아 오늘 비오면 다 젖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합리화에 성공. 양말은 많이 들고와서 발만은 찝찝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었다.

    간절곶

     

    간절곶 소망우체통[각주:1]

     

    밥도 먹기전 가장 먼저 걸어간 곳은 간절곶의 소망우체통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큰 우체통에 어젯밤에 쓴 엽서를 넣었다. 처음에 가장 큰 우체통에 엽서를 넣는다고 해서 계단위로 올라 간 다음 엽서를 투입해야 할 줄 알았는데, 우체통 입구 아래에 조그마한 우체통이 하나 더 있어서 거기에 넣으면 됐다. 원래 생각대로 만약에 계단이 있었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 아닌가?

     

    아침 일찍 해 뜨기전 올려고 한 이유가 한국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곳이라 온 것 같은데, 아쉽게도 기상이 좋지 않아서 바다 풍경을 보고 오는것에 만족해야 한 점이 아쉬웠다.

     

    다시 대송야영장 

     

    ?시 ??분 까지 침낭 반납 합니다.

    - ???

     

    대송양영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다음 장소로 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돌아왔다.


    우선은 밥먹기. 어제 처럼 밥차를 통해 밥을 먹었다. 너무 맛있다. 갑자기 고생을 많이 하면 할 수록 더 맛있어지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고생 별로 안한거 보니 그냥 밥 자체가 맛있나 보다.


    그리고 텐트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텐트안 정리를 허겁지겁 하고, 어제 설명을 한 번 들은것을 토대로 한번 접어보기로 했다. 각자 생각대로 다 접고나서 케이스에 넣으려니 안들어간다. 억지로 구겨넣어도 안된다. 한 번의 설명만으로는 힘든 것 같다. 마법이라도 부려야 하나. 여러번 시도를 해보다, 결국 스텝의 도움을 받아서 여차저차 접는데 성공했다. 접는 방법이 좀 달랐다. 텐트를 정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연이은 실패로 씻을 시간은 사라졌고, 내가 그토록 원했던 양치를 할 수가 없었다. 역시 야영은 힘들다.


    정리를 대충 마무리 짓고나니 들리는 '집합 5분전' 소리. 그리고 '침낭 왜 반납 안했습니까' 소리가 나왔다. 침낭 반납? 반납 하라는 말도 나왔었구나... 다행히 내 침낭은 다른 분이 먼저 거둬가서 괜찮았는데, 침낭 반납 시간이 지나도록 반납을 못한 사람들은 직접 들고가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가방안에 들어갈 공간은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처음이라 한 번만 봐준다면서 반납에 성공했다.


    마지막 정리를 다 마치고, 본격적으로 걷기를 시작했다.


    야영장의 모습

    좋았긴 한데, 별로 그립지는 않을거야...


    걷고 또 걷기


    ...

    - 걸으면서



    맑음 보다는 흐림이 걷는데는 더 낫다


    첫 행군. 날씨가 마냥 흐림이라서 덥지도 않고, 비도 안오고, 걷기에 딱 좋았다. 해안가를 따라 걸어서 바다 풍경 구경하기에도 좋고. 앞사람 머리만 보고 걷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스텝 분들에게 몇 분남았는지 물어봤는데 잘 안알려주신다. 휴대폰으로 검색해볼까 하다가 알아서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에 바로 관뒀다.


    걷다보니 스텝분들 그 중에서 특히 사진 촬영하시는 분들은 정말 열일하시는 것 같았다. 찍고, 뛰고, 찍고, 또 뛰고의 반복. 지루할 틈이 잠자기 직전 말고는 없으실 것 같다.


    나만 찍힐 순 없다는 생각에 나도 찍었다.


    나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에 촬영 버튼을 열심히 눌렸다.


    그 결과물


    간절곶 풍경  해안가 풍경



    산 속으로  계단도 많이 올랐다.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걷고 또 걷고를 반복했다. 걷다가 1시간 쯤 지나니 비가 많이 와서 가방에 초록색 레인커버를 씌웠다. 그리고 출발후 약 1시간 30분 정도뒤, 바닷가 근처의 화장실에 도착하여 10분 정도 쉬었다. 여기는 화장실이 깨끗했다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갈색 건물은 화장실  아직 까지는 괜찮다.


    걷다보니 이제는 비가 점점 그치기 시작했다. 해는 안떳으면 좋겠는데... 1시간 정도 걷다가 시장 주차장 같은 곳에 들어와서 다시 10분 정도 쉬었다. 여기서 이온 음료 한 캔을 받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여담으로 MBC 관계자분이 음료수 잘 먹는다고 인터뷰 요청하셨는데, 너무 대충 말해서 TV에는 안나올 듯 하다.


    앉아서 쉬니까 좋았다.  잘 나열된 가방




    스텝도 다 같이  쉬었으면 다시 걸어야지...


    옹기마을


    옹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 오늘 하루 중 가장 주의깊게 들었던 말


    저 멀리 보이는 옹기들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 덧 목적지인 옹기마을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옹기가 집집마다 많이 있어서 옹기마을인 줄 알았는데 전국 최대로 옹기를 만들어서 옹기마을이라고. 가방을 내려놓고 옹기 전시관을 한바퀴 구경했다.


    밥밥바바바밥


    구경하고 보니 어느덧 12시가 되었다. 밥을 먹을 시간. 너무 맛있어서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는 밥. 밥을 적당히 먹고 가방을 놓고 하늘을 보니 이제 점점 해가 뜨기 시작한다. 이대로 걸으면 정말 엄청 더울탠데... 비는 언제 오는걸까? 분명 흐림이었는데... 미친듯이 더울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슬퍼진다. 


    좀 쉬고 있으니 들려오는 집합 소리. 이제 다시 걸으려나 싶었는데 세상에. 옹기 만들기 체험을 한다는 것이었다. 옹기를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어서, 그리고 해가 쨍쨍한 시간대를 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옹기를 만들러 입장  안은 시원했다.


    건물의 체험실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뭘 만드는 손재주가 없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만 할 수 있어야 함을 가장 큰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서[각주:2]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간단한 그릇 하나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랬던 찰흙이  이렇게 그릇?으로


    만들고 나서 다시 집합. 이제 다시 열심히 걷겠구나... 덥겠구나... 하며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이런 산길도 타고  근데 저 거울은 왜 눕혀있는지 모르겠다.

     


    뜻밖의 샤워

    샤워 시간 1시간 넘게 드립니다.

    -소박함에서 행복을 얻다


    목욕탕에 오게 될줄은 몰랐다.[각주:3]


    걷다가 뜬금 없이 목욕탕에 간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샤워 시간도 1시간 넘게 준다고? 2일차 인데? 어쨋든 기분은 좋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인원에 비해 샤워기 갯수가 적다고 말하신다. 막상 도착해보니, 목욕탕이 사용 인원에 비해서 작긴 작다. 한 시간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각주:4] 그래도 샤워를 목욕탕에서 할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사람이 많아서 최대한 빨리 씻고 나오기로 결심한 후, 목욕탕에 들어갔다.


    목욕탕 안은 정말 사람들로 꽉찼다. 물건을 놓아둘 사물함이 인원에 비해 부족해서 할 수 없이 탕 밖에 꺼내두고 샤워를 해야 했다. 탕 안에도 샤워기에 비해 사람이 확실히 많아서 번갈아 가면서 씻거나, 기다렸다가 씻었다. 그리고 목욕탕 바닥이 흙탕물로 범벅되기도 하고. 한국에서 목욕탕을 이렇게 까지 사용하기란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물론 우스갯소리다.


    어쨋든 모처럼의 목욕탕. 이제 나머지 8일 동안은 못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목욕탕 수건과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세상에 목욕탕에 이어 가방도 목적지까지 배달해준다고? 덕분에 땀날일 없이 걷기만 해도 되서 좋았다.


    청량초등학교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듣기 좋았던 말

    고생하신 스태프분들 저 플랜카드를 매일 봤으면 좋겠다.


    오늘의 목적지 청량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원래는 옹기마을에서 잠을 자기로 기획되어 있었지만, 새벽에 비가 많이 오면 거기 땅이 별로라서 여기로 옮겼다고 한다. 라고는 들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비가 얼마나 오면 거기서 못 잘만큼 온다는 것일까.


    어쨋든 잘 곳인 강당으로 이동했다.


    강당은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정말 단촐한 준비지만, 어제 잤던 텐트를 생각하면 여기는 호텔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너무 좋았다. 여기의 특징은


    • 깨끗한 공간
    • 에어컨 풀 가동
    • 넓은 잠자리 공간
    • 가까운 화장실
    • 옛날 초등학교 기분이 난다.


    비록 난민 체험 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었지만. 이정도면 나에게는 텐트 보다 5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잠자리 공간이었다. 매트 하나 펴고 위쪽에 가방, 아래쪽에 신발을 놔두면 자리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정리 끝


    정리를 모두 마친 후, 밥 먹으로 갔다 왔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양치를 했다. 너무 좋다.

     

    물집은 없는데, 무릎이 너무 아프다... 이 정도면 행군 못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안 걷다가 갑자기 걸으니 이렇게 된 듯 하다. 내일 아침에는 괜찮아져야 할탠데...

     

    내일 기상 시간을 들었다. 오전 5시 까지라고 하는데, 지금 시간은 9시. 오늘 많이 자둬야지...

     


    여담


    누가 스마트폰 어플로 오늘 걸은 거리를 재봤더니 38Km 정도 걸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40Km 좀 더 넘게 걷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조가 텐트 철거를 가장 늦게 끝낸 것 같다.

     


    [본문에 사용된 SVG 파일]

    alarm-1673577.svg



    1. 출처: http://tour.ulsan.go.kr/board/view.ulsan?boardId=ATTRACTION&dataSid=80&menuCd=DOM_000000102003000000#1 [본문으로]
    2. 거의 한 30분 정도 된 것 같다. [본문으로]
    3. 출처: 다음 로드뷰 [본문으로]
    4. 인원 고려해서 넉넉하게 준 시간은 맞다. [본문으로]

    댓글

어제는 이곳에 명이 다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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