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카트 설계기 (1) - 주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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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과제 수업의 시작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졸업을 하려면 몇 가지 거쳐야 하는 시련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졸업 과제라는 것이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응용하여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만한 작품 만들기다.

 

졸업 과제는 창의설계라는 정규 교과목에 참여하여, 해당 과목의 지도 교수님 아래에서 만들게 된다. 수업의 기간은 4학년 1, 2학기 전체에 걸쳐서 진행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졸업'과제라는 거창한 이름에 맞게 학교에서는 과제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여비 지원해 주었다. 이 지원금에는 기본적인 재료비뿐만 아니라, 회의비와 식비, 그리고 교통비까지 지원이 됐었고, 교수님의 승인 아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졸업 과제를 통해 사회에 나가기 전 공식적인 물품 구매 절차를 직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기회를 가지고, 팀원끼리 서로 의견을 맞대고 해결이 되지 않을 때에는 교수님들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면서 조언도 받고, 여러 번 실패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다른 과제나 과목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며, 그에 따른 고통도 엄청 크다. 그리고 팀별로 진행하는 조별과제답게, 때로는 조원들 간의 갈등과 그에 따른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어찌 됐든, 나는 이러한 졸업 과제에서 최대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믿을 만한 친구들과 팀으로 졸업 과제를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주제 선정 과정

개학 후 나의 졸업 과제 담당 교수님께서는 주제를 자유 주제로 정하라는 말과 함께, 팀끼리 논의하여 주제는 수업의 1, 2주 차에 정하라는 말을 하셨다. 우리 팀은 수업의 각자의 시간적 사정을 생각하여 1주 차까지 주제를 선정해오기로 했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얻은 지식은 이론적인 것이 대부분에다가 그러한 지식들은 실용적인 것들을 만들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각주:1] 그래서 각자의 관심사를 생각해보고 이를 반영해서 작품 주제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 몇 가지를 마인드 맵으로 정리해서 팀원들에게 보여주기로 했다.^[각주:2]

 

• 터블봇3라는 ROS기반으로 작동을 할 수 있는 이동식 로봇
• 교과 과정에 배울 수 있었던 라인 트레이서
• 휴대폰 앱 및 무선 네트워크 사용
• IoT와 각종 센서
• 딥러닝, 파이썬 코딩 등...

 

각자의 관심사 내용

 

주제 선정 시작

어느덧 주제 선정을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이디어를 정하기 전 학교 앞에 있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으며 각자 뭐하고 지냈는지, 각자의 걱정거리와 고민들을 말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각자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어도 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던져보면서 주제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다.

 

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 졸업 작품의 주제를 정하기 위해 학교로 모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주제가 적힌 마인드 맵과 팀원들의 생각을 한 번에 모아보았다.

 

주제 선정에 관한 여러 의견이 오간 뒤, 지금까지 나온 의견 중 터틀봇3와 웹 기술을 응용한 스마트 쇼핑카트가 가장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스마트 쇼핑카트의 사용 방법이나 특징 들을 채워 넣어 나가기 시작했다.

 

• 주제명: 스마트 쇼핑카트
• 사용 방법: 블루투스 비컨으로 스마트 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웹 서버에 접속하여 원하는 기능 사용
• 제공 기능
  • 물품 검색 기능 - SLAM을 이용하여 마트의 지정된 위치까지 이동해 물건의 위치를 알림
  • 사용자 추적 기능 - 카메라 모듈을 이용하여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 탑재
  • 웹 서비스 기능 - 모든 것은 별도의 앱 없이 블루투스 비콘으로 전송된 웹 사이트 내에서 실행
    
    
• 사용 대상: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마트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과 외국인
• 로봇의 구성: 터틀봇3와 카메라 및 블루투스 비콘 센서

 

스마트 쇼핑카트 주제 설계 초안

 

주제에 관한 내용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고 있는데, 막상 내 주제가 선택되니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집으로 가기 전 이 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라는 의견에 대해서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

 

• 과연 이걸 2학기 안에 완성할 수 있을까?
  • 작년 졸업과제 팀들 중에는 카메라 모듈로 색상을 추적하여 따라가게 만드는 것도 엄청 힘들었다고 하던데 과연 우리가 완성할 수 있을까?
  • SLAM도 우리가 아직 잘 사용을 못하는데 2학기 말 까지 끝낼 수 있을까?
    
    
• 기업들도 이러한 원리와 유사한 스마트 쇼핑카트를 생각을 분명했을 것 같은데 그런 작품 들과 비교해서 특징들을 잘 내세울 수 있을까?

 

초안이 정해진 후 생긴 의문점 2가지

 

처음에는 내가 이 주제를 제안했지만, 나도 이러한 의문점 때문에 주제를 정한 후에는 오히려 내가 '이 주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낫겠다'라는 의견을 말하게 되었다. 결국 하루 만에 주제를 정하기란 힘들었고, 다음 날에 만나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제 선정의 끝

다음 날까지 여러 의견이 나오다가, 결국에는 최종적으로 스마트 쇼핑카트를 만드는 것으로 결정됐다. 아주 독창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학생이 만들기에는 도전해봄직한 난이도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대신, 의문점을 어떻게 줄여보고자 아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첫 번째 의문점인 완성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구현의 순서와 역할을 잘 정해서 최대한 빠르게 완성 해 보기로 하였고, 되도록이면 구현하기 쉬운 기능부터 작성하여 최대한 완성에 중점을 맞추기로 하였다.

 

역할 분담으로 각자가 하고 싶은 분야를 정했다. 나는 웹 서비스와 블루투스 비콘을 담당하며, 다른 친구 2명이 각각 터틀봇3를 이용한 물품 안내 기능, 카메라를 이용한 사람 추적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에 한 기능을 먼저 완성시킨 후 다른 한 기능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기능을 더 간단한 기능으로 변경하거나 기존의 기능만을 중점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두 번째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본 작품만의 특징으로 외부 디스플레이가 없고, 블루투스와 보안성 있는 웹 기술만을 사용함으로 재료비 절감 및 내구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냈다.

 

이렇게 정해진 주제와 내용을 교수님께 우리가 정한 주제에 관해서 PPT로 만들어 설명을 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는 별말씀이 없으셨다. 이렇게 주제 선정의 기본적인 것 들은 끝났다.

 

주제 선정은 이렇게 끝났지만, 정말 완성할 수 있겠지... 라는 불안감이 계속 들었다.

 

당시 PPT에 첨부한 마인드맵의 일부

 

당시 발표 때 사용한 구상도

 

예상치 못한 구현 방법의 변경

블루투스 비콘의 문제

주제를 정하고 약 1주일 뒤, 물품 구매를 위해서 블루투스 비콘에 관해서 찾아보고 모듈을 구매하기 전에 블루투스 비콘 기술의 제약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조사 중에 최근에 안드로이드 휴대폰은 블루투스 비콘 검색 기능의 기본 값이 비활성화로 되어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는 해외에서 비콘을 통한 스팸이나 피싱 사고가 있었어서 그런 듯했다.^[각주:3]

 

앱을 만들면 블루투스 비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블루투스를 사용하는 것이 나았다. 우리 팀의 주제에 적용하기 가장 좋은 기술 중 하나이며, 다른 팀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을 법한 핵심 기술이라고 여겨졌던 블루투스 비콘을 한 순간에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팀원들과 웹사이트 접속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다가, 결국 비콘은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블루투스와 앱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블루투스는 좀 흔한 기술이라고 생각이 됐기도 하고,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 사용하는 특징을 하나 잃는 것 같아서 다른 기술을 찾아보기로 했다.

 

NFC의 사용

블루투스 비콘을 대체할 기술로 NFC가 떠올랐다. NFC는 교통카드처럼 빠르고 편리하게 작동하며,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모두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상에 문제도 거의 없고, 구현이 크게 어렵지도 않고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NFC를 이용해서 URL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었으며 각각 장단점이 있었다.

 

1. NFC 모듈이 NFC 태그(스티커)에 URL을 작성하고 휴대폰이 해당 스티커의 URL을 전송시키는 방법
   • 장점
     • 작동 원리가 간편하다
     • 안드로이드, 아이폰 등 여러 휴대폰에서 사용 가능, 호환성이 좋다
       
       
   • 단점
     • 스티커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 스마트폰이 NFC 태그를 읽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2. NFC 모듈이 휴대폰의 NFC 모듈에 직접 URL을 전송시키는 방법
   
   • NFC 태그를 사용하지 않고 NFC 모듈이 직접 NFC 태그를 에뮬레이트(모방) 하는 방식과 SNEP이라는 P2P 방식으로 동작시키는 방식이 있다.
   • 장점
     • 내구성이 좋다
     • 사용자의 휴대폰이 NFC 태그를 읽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단점
     • 작동 방식이 좀 더 복잡하다
     • 관련된 자료를 찾기가 힘들다
     • 호환성 문제로 잘 동작하지 않을 수 있다 (아이폰 같은 경우에는 SNEP 프로토콜 지원을 잘 하지 않는다)

 

첫 번째 방식이 간단하긴 하지만, 두 번째 방법이 좀 더 고급스러운 방법이므로 첫 번째 방법뿐만 아닌, 두 번째 방법도 가능한 NFC 모듈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방식으로 구현한 내용을 인터넷에서 못 찾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아무런 NFC 모듈 하나를 먼저 구매해서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ITHEAD라는 곳에서 PN532 칩셋을 사용하여 만든 NFC 모듈을 하나 구입하기로 정하였다. 가격은 배송비를 포함하여 17500원이었는데, 다른 NFC 모듈보다 외관이 깔끔해 보였기 때문에 이것으로 골랐다.

이 외 각자 맡은 부분에 필요한 모듈이나 부품, 그리고 스마트 쇼핑 카트를 꾸미기 위한 재료들을 종합하여 졸업과제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한 후 제출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코딩과의 전쟁이 시작될 것 같다.

 

수정된 구상도 일부

 

[대표 이미지 파일]

 

쇼핑카트 사진, Image by janjf93 from Pixabay

 

 

1.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듯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보통 주제로 학교에서 배운 것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등의 비교적 인터넷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나 예제 등을 찾기 쉬운 키트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많이 정하였다. [본문으로]
2. 정리된 아이디어를 마인드 맵 프로그램으로 작성을 해놨었는데, 해당 파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3. https://stackoverflow.com/a/5848843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