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 SE (2020)으로 넘어간 사용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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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바꾼 지 약 2달이 지났다. 2달이 지나면서 불편한 점도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좋았던 점도 있었다. 기본 앱에 적응해보고 싶어서 은행과 결제 등 생활에 필수적인 앱들을 제외하고 외부 앱들은 거의 설치하지 않고 사용했다.

 

2달간 사용하며 알게 된 장점

1. 생각보다 괜찮은 배터리 사용 (충전과 방전)

배터리가 1800[mAh] 정도로 현재 출시된 기종의 절반이다. 그래서 5[V]/1[A] 출력을 가진 충전기로 약 1시간 동안 충전하면 10%에서 65% 정도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이는 배터리 용량이 작아서 이렇게 빠르게 충전되는 것으로, 사실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푸시 사용 제한 및 Siri 학습 관련 사항을 모두 꺼놓고 밝기도 적당하게 줄여서 사용해서 그런지 하루에 웹 서핑만 2시간 하는 정도면 이틀은 갔다. 이틀 째의 배터리 용량은 20% 정도로 남게 되긴 하지만 나에게는 큰 문제없었다.

 

비록 다른 휴대폰에 비해서 확실히 부족하긴 한데, 휴대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배터리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2. 좋은 시인성

625니트라는 화면에 맞게 햇빛이 강한 밖에서도 사용하기 좋았다. 이전에 사용했던 보급형 휴대폰보다 2배 정도는 더 밝았던 것 같아서 야외에서도 실내에서 처럼 잘 사용할 수 있었다.

 

미묘했던 점

1. 쓸수록 적응이 될 것 같은? 키보드

내장 Qwerty 키보드가 초반에는 오타가 자주 났었지만, 쓰면 쓸수록 오타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 손 끝으로 눌러야 하는 것을 손이 익힌 것인지 휴대폰 키보드가 익힌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타가 줄긴 줄었다. 하지만 조금 괜찮아졌다일 뿐이지, 여전히 때로는 불편할 만큼 오타가 발생할 경우도 있었다.

 

2. 들어서 켜기의 아쉬움

처음에는 유용하게 쓰였었던 들어서 켜기가 때로는 방해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휴대폰 케이스에 교통카드를 넣어놨을 때, 휴대폰을 교통카트 인식기에 가져다 댈 경우 원치 않게 휴대폰이 켜졌다. 기능상 어쩔 수 없긴 한데, 이 외에도 원치 않게 켜지는 경우가 있는 것이 아쉬웠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거나 근접센서를 가린 채로 휴대폰을 들면 휴대폰이 안 켜지는 기능 같은 것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찾게 된 아쉬운 점

1. MMS가 왔음을 하려면 데이터 네트워크를 켜야 한다.

한 번은 MMS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MMS가 수신되지 않아서 MMS도 버그 걸렸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셀룰러 데이터가 꺼져 있을 경우 MMS가 왔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10년 전 국내 출시 휴대폰도 데이터 네트워크를 켜지 않으면 MMS를 정상적으로 못 받는 경우가 있었긴 했지만, 적어도 MMS가 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평소 데이터 네트워크를 잘 사용하지 않는 나에게는 참 아쉬운 부분이다.

 

2. 버그... 또 버그...

기본 앱의 버그 중 사용에 상당히 불편함을 주는 버그가 있었다. 미리 알림 앱이 이번에는 그 대상이었는데, Outlook.com의 Exchange 서버와 동기화가 처음에는 잘 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동기화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Exchange 서버 주소를 s.outlook.com에서 outlook.office365.com으로 바꾸면 잠깐 동안 미리 알림이 동기화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동기화가 안되기 시작했다. 휴대폰으로 작업을 하다가 Exchange의 Task를 확인해보면 동기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수동으로 동기화를 할 수 있는 버튼이라도 있는데, iOS에는 동기화 버튼이 없어서 수동으로 할 수 없었다.

 

3. 불편한 기본 앱과 시스템

아이폰을 2주 동안만 사용했어도 불편함이 많았는데, 2개월간 사용했을 때에는 빈약한 점이 더 눈에 보였다.

 

전화 앱

• 통화용 스피커로 통화하는 도중 전원 버튼을 누를 시에 통화 종료가 아닌 화면만 끄는 옵션이 없다.

메모 앱

• Exchange 서버에 메모를 하면 아이폰이나 iCloud에 저장하는 메모보다 서식 설정 등이 더 불편하다. 글씨의 서식을 정할 수 있는 툴바나 리스트 만들기 버튼이 없다. 글자 서식을 변경하려면 문장을 선택한 다음 서식 버튼을 눌려야만 했다.

Exchange 서버에 메모를 할 경우(좌), 아이폰 내장 메모리에 메모를 할 경우(우)

 

와이파이 검색

• 절전모드가 아니었음에도 화면 잠금 시에 와이파이가 끊어진 후 다시 검색할 때까지의 텀이 좀 많이 긴 것 같다. 게다가 화면 잠금이 해제가 되고 몇 초가 지나서야 와이파이 연결에 성공했다. 와이파이가 있다가 없는 곳으로 온다면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면 잠금을 풀고 약 5초 정도 기다려야했다.

끌 수 없는 NFC

• 아이폰 내에는 NFC 모듈이 탑재되어 있어서 NFC 태그에 아이폰을 가져다 대면 NFC 태그가 자동으로 읽힌다. 그런데 NFC가 켜질 필요가 없음에도 항상 켜져 있다. 이 때문인지 휴대폰 케이스의 교통카드를 기기에 가져다 대면 간혹 오류가 나면서 교통카드를 다시 찍어야 할 때가 있었다. NFC를 끌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기능이 없어서 아쉬웠다.

 

아이폰 SE (2020) 후기...

기기 자체의 디자인, 탭틱엔진과 같은 재미있는 기능, 안드로이드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iOS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휴대폰인 것 같다. 흔하지 않은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버벅거림 없는 성능, 그리고 센서들이 때로는 정말 만족스럽기도 했다.

 

분명 빠릿한 성능과 좋은 카메라, 방수 방진, 무선 충전, 괜찮은 스피커 등... 여러 기본 기능을 뒷받침하는 어떻게 보면 알찬 휴대폰으로 생각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나와 같은 몇몇 사람들에게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몇 안 되는 휴대폰 중 하나이니 더욱 완벽한 휴대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에서 느꼈던 편리한 기능들의 부재, 그리고 더 불편해진 앱들로 나에게 이 휴대폰에 대해서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아주 낮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겠지만, 디자인이나 사양보다 사용 목적과 함께 iOS가 나에게 맞는지 먼저 생각을 하고, 선택해야 후회 없이 선택할 수 있는 휴대폰인 것 같다. 아이폰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여담이지만, 다시 안드로이드 휴대폰으로 옮길지에 관한 고민도 해보았긴 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휴대폰을 사용을 잘 안하는 패턴을 가져서 그런지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당장은 다시 안드로이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추후 휴대폰 교체시기가 되었을 때 아이폰이 지금과 같은 불편함에서 개선이 별로 없다면 다음 번에는 다른 휴대폰을 고려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