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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울산대장정 9박 10일 일대기 (8) - 4일차 숙소에서
    Soliloquy 2018. 7. 19. 20:18


    9박 10일 일대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9박 10일간의 여정이 끝나고 쓰는 글.

    처음부터 시간 순서대로 쭈루루루루루룩 써지는 글.

    수필과 소설을 왔다갔다하는 글.

     

    샤워

    불빛좀 빚춰주세요

    -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믿을 법한 곳에서



    이번에도 샤워시간을 10분 준다고 준비하라고 말하신다. 몸 씻는데 5분 대충 빨래하는데 5분 이렇게 잡으면 되겠지? 라고 스스로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그리고 빨랫감은 오늘 입었던거 활동복 상의 하의, 그리고 조그만한거 빼고 다 빨아볼까 라고 생각하며 뺄랫감을 모아 준비했다. 준비하는 동안 아까전에 출발한 조가 돌아왔다. 그 조원분들에게 물어보니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대체 어떤 모습일까...


    '다음 조 샤워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어느 덧 우리 조 차례가 되었다. 빨랫감과 샤워 도구 들을 챙겨서 스텝을 따라 이동한다. 시각은 7시가 넘었고, 밖은 이제 해가 거의 다 사라지고 있었다. 2열로 서서 앞사람 머리만 보고 따라갔다. 우리가 사용해야할 샤워장은 숙소에서 6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낡은 건물이었다.

     

    도착을 하고 봤는데... 시설의 상태가? 옷을 따로 놓아 둘곳이 없는 건 그렇다 쳐도 시설 내부에 형광등과 같은 전등이 없어서 스텝분이 손전등으로 비춰주고 계셨다. 얼마나 열악한지 그림이 그려진다.

     

    기다리니 전 전 조가 나오고 전 조가 들어갔다. 어떠냐고 물어보니 물이 엄청 따뜻하다고 말한다. 시간도 넉넉했다고... 물론 그럴리가. 갑자기 건물 안에서 아아악 거리는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들어보니 물이 차가워서 나는 소리였다.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온수는 당연히 안나올태고, 불도 없으면 샤워기 부스도 당연히 없겠지... 이번에도 수도꼭지 갯수가 부족할려나?

     

    3분남았습니다.

     

    잠시 후 스텝분이 3분 남았다고 말해주신다. 이제 슬슬 들어갈 준비를 한다.

     

    다음 조 들어갈게요

     

    전 조가 나오는걸 보면서 빠르게 입장했다. 그리고 본 모습은...

     

    기억 대로 그린 그림

     

     

    00년도 이전 특유의 사각형 패턴

     

    정말... 신기했다... 2000년도 이전 특유의 패턴이 있는 공용 세면대. 차가운 물만 나오는 수도꼭지 3개, 그리고 다용도로 쓰이는 바가지 3개. 이거 완전 TV에서 봤던것 같은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간 관계상 감탄은 일단 접어두고. 할 거 해야지. 

     

    우선 몸에 물을 뭍혀서 샤워 먼저 했다. 몸에 물이 닿는 순간. '으어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말 시원했다. 모두 그렇게 깜놀과 함께 물을 묻히고 빠르게 씻기 시작했다.

     

    씻는동안 스텝분이 라이트를 손으로 계속 들고 계셨는데, 스텝분이 어디 한눈을 팔면 모두가 어두워서 안보이는 바람에 라이트를 찾기도 하고, 바가지에 담긴 물도 같이 나눠쓰고, 물 쓰고 받고... 참...

     

    5분 남았습니다.

     

     

    스텝분이 5분 남았다고 말 해주신다. 어느덧 이제 어둠에 익숙해졌다. 이젠 불이 없어도 구분은 나름 잘 된다. 몸은 대충 씻었고, 빨래를 해볼 차례. 5분이나 남았네 라고 생각하면서 빨래를 시작했다.

     

    2분 남았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2분이 남았다는 말. 시간이 이렇게나 빨랐나? 아직 빨래는 반 밖에 못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슬슬 목욕을 끝내간다.

     

    -시간 더 필요합니까.../

    -아닙니다./

    -필요하면 더 드릴려고 했는데.../

    -!?/

     

    미친듯이 빨래를 하는 도중 시간을 더 주신다는 말이 나왔다. 모두가 어디에서 배운 것 처럼 '아닙니다' 라고 외쳤다가  더 준다는 말에 모두가 더 달라고 외쳤다. 오늘 들었던 말 중 가장 고마운 말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3분쯤 더 받고 열심히 빨래를 끝냈다.


    어느새 영화,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이곳을 떠나야 할 시간. 13여분 동안이었지만, 나름 즐거웠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머리 주변을 한번 건들여보다 비누 거품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좀 더 살펴보니 머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비누가 아직 비누가 조금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세상에...

     

    우선 물을 최대한 많이 뿌리고 나왔다. 그게 최선 이었으니... 빨랫감을 좀 덜들고 왔어야 했나, 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한다면 샤워를 못하는 날이 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최소한 오늘은 그 날이 아니었잖아? 못한거 보다는 낫지 뭐. 라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여담으로 돌아오는 와중 비하고 몸에 남아있는 비누랑 섞여서 비누 거품이 만들어 질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강수량에 따라 달라질려나??

     

    마니또가 뭘까



    숙소로 돌아와 빨래를 탈수기에 돌린 후, 옷걸이에 열심히 널었다. 옷걸이가 2개에 빨래 집게 4개. 양말, 팔토시, 활동복 등 모두 널어두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하면서 어제 덜 말랐던 빨래 까지 모두 널어 놓는데 성공.


    이제 뭐 할까 하다가 오늘 오후 버스탈 때 받았던 알루미늄캔이 생각났다. 뜨거움은 사라지고 미지근함만이 남은캔을 땄다. 커피가 아니라 차 종류의 음료였다. 맛은 대추를 끓이면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맛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오늘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공유도 하고 그런 저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휴대폰에 문자 하나가 날라왔다. 번호를 보니 청년울산대장정 운영본부에서 온 문자인듯 했다.


    [Web발신]

    당신의 착한 마니또는 김수현(가명)입니다. 끝날때까지 잘해주세요~

    [유로드 8기 운영본부]


    2018년 6월 28일 오후 8:53

    휴대폰으로 받은 문자 메세지 내용


    새로운 과제인가? 마니또는 뭐하는거지? 바로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체를 숨기고 몰래 도와준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마니또라고 한다고... 그런데 누구라고? 김수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누군지 대원 가이드북의 인적사항란을 찾아봤다. 그런데, 아무리 대원 중에는 저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는데..., 설마 스텝인가? 생각하며, 스텝 페이지를 폈는데, 스텝이 맞았다.


    이것 참... 어떻게 도와줘야 되지? 전혀 다른 조를 담당하고 계셔서 거의 만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핏자


    카메라도 피곤한가 보다. 초점을 잘 못잡네...


    뜬금없이, 갑자기 4층에 있던 여성 분들이 남자들이 있는 3층으로 내려온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려고...  옆에서는 조별로 피자를 먹는다는 말이 들려온다. 갑자기 왠 야식? 그리고 여기 3층은 빨래와 짐더미로 피자 먹기에 좋은 장소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준다는데 거절할 수는 없지.


    대충 정리를 하고 조별로 빙 둘러 앉아 피자2판과 콜라1병 오랜지맛 환타1병을 나눠 먹었다. 워낙 저녁이 맛있었기도 하고 먹은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피자 2조각을 먹고나니 더 먹고싶지는 않았다. 


    여기서 나온 얘기중 하나는, 아까 문자메세지로 받았던 마니또에 관한 말이었는데, 들어보니 성별, 소속과 관련 없이 완전 무작위로 선정된 것 같다. 나처럼 스텝이 걸린 사람도 상당수 있었고, 심지어 마니또가 같은 조원인 사람도 있었다. 어쩌면 스텝의 마니또가 나일지도 모른다.


    어쨋든 피자를 맛있게 먹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였다. 


    여담

    • 여기서 피자를 먹게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러다가 살이 빠지기는 커녕 더 찌지는 않을런지 모르겠다.

    • 피자의 종류가 뭐였더라. 불고기는 기억나는데 다른 하나는 기억이 안난다.

    • 하루 종일 걷다보면 사람이 힘들어서 기분이 나빠지기 쉽상인데, 청년울산대장정은 먹을것이나 볼 것들이 많아서 쌓였던 기분들을 푸는 기회가 많은 것 같다. 그것도 하나같이 다 맛있고, 멋지고.

    • 덕분에 걸을때, 쉴 때나 둘 다 각각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서 좋다. 참 멋진 프로그램이다.



    [본문에 사용된 SVG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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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어제는 이곳에 명이 다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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